6개월 경험 + 8개월의 대기시간. 노미니까지 1년 2개월이 걸렸다. 짧을 줄 알았는데, 막상 기다려보니 정말 쉽지 않았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한다는 것 + 혹시나 노미니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불확실성.
만감이 교차한다. 2월에 시작한 건설현장 일부터 시작해서, 이직을 몇번 거쳐 지금의 순간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나에 대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예전에 누군가 차에서 물었다. 한국에서 개발일을 했으면서 왜 대도시를 가지 않느냐고. 그의 의도는 짐작했지만, 반쪽짜리 답변을 해주고 말았다 "그냥 영주권 확실히 하려고"
개발일을 하면 금상첨화겠지만, 당시 랜딩 직후의 생각은 커리어에서 떨어져서 gap year를 갖고 싶은 마음이 컸다. 기나긴 인생이란 에세이에서 펜을 들고 멍하니 서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개발일이 안구해지면 말고 다른일 하면서 천천히 나에 대해서 되돌아보지뭐. 라는 마음으로 아무일이나 시작한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정말 농도깊은 삶의 체험을 하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그 사람들의 모습 속에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해 수없이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이는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최대한 내 마음이 끌리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되돌아보며 그렇게 일단 지르고 수습하고 피드백하고 버티고 지내고 있다.
어제 연방 영주권을 신청했다.
사실 좀 허무하다.
생각컨데, 아래의 이유인 듯 하다. - 영주권 자체가 내 인생을 많이 바꿔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예전처럼 주변에서 만나는 사람이 나를 바꿔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지금 이 순간 내 생각이 바뀌어야 내가 바뀐다고 생각이 든다.
나아가 조금 더 범위를 넓혀 생각하고, 답을 찾는 생각을 해보면, - 내가 원하고 바라는 좋은 직업을 갖는다고 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 내가 그 시점에 해당 직업을 가질 역량이 갖추어졌는가가 더 중요한 것 같다. - 그게 나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 될테니까. -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그려나가는 과정 자체가 나 자신일테고. - 좋은 가정을 꾸리고(10년), 더 좋은 커리어(5년)를 위해서 북미에 안착하려한다. - 이게 나의 목표였지만, 이걸 이룬다면 뭐가 바뀔까. 인생은 수많은 점이 모인 선인데, - 점 하나를 향해 가고, 그 점을 찍으면 뭐가 달라질까.
공부도 마찬가지고. 이거 하나 외운다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고, 이걸 100개 외워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나로부터 출발해서, 새로운 이론을 이해하고 나의 세상을 보는 시각이 조금이라도 발전한다면 그것이 바로 의미있는 전진이다. 그렇게 되면 그 전에도 나이며, 그 이후에도 나 자신이다.
나는 이미 고등학교 졸업 회보에 이미 장문의 글을 쓰면서 아래 결론을 내린적이 있다.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은 것이다'